-나는 보리밥도 좋아 하지만 청보리 빼곡히 자란 들길 걷는 것을 좋아한다. 청보리 들길을 걷다 보면 보리 잎사귀와 줄기가 바람에 쓸리며 내는 소리는 장관이다. 영화 글라디에이터(GLADIATOR/2000년 상영)에도 주인공 막시무스 장군이 자기집을 찾아가며 밀밭길을 걷는 광경이 나온다. 보리밭이나 밀밭이나 풍기는 이미지는 거의 비슷하다. 나는 이 영화에서 감독이 왜 막시무스 장군으로 하여금 고향을 생각할 때 밀밭길을 떠올렸는지 그 의미가 바로 와 닿았다. 막시무스 장군이 밀밭길을 떠올렸듯 나도 어린시절 고향의 보리밭 길을 자주 떠올리곤 한다. 그 시절 시골 친구들과 보리밭 길을 걸으면서 보리줄기 하나 뽑아 피리를 불면 '삐리릭~삐리릭' 음악이 울렸다. 속살같은 청보리의 풋내음도 입안으로 전해졌다. 요즘은 시골에도 보리 농사를 거의 짓지 않아 청보리 난 들길을 걷는 것은 어렵다. 보리밭을 일부러 조성한 관광지를 찾아 가야만 청보리 길을 걸을 수 있다. 도시에 살면서 나는 보리밭 길을 대신해 화분에 보리를 심어 책상이나 책장 같은데 놓아 두길 좋아한다. 삼천원 가량을 주면 생보리를 한되 정도 준다. 화분에 조금만 뿌려도 푸른 싹이 빼곡히 자란다. 보리도 사람이나 동물과 같이 어린새싹이 날 때쯤 가장 예쁘다. 손으로 만지면 여린 잎의 촉감이 와 닿는다. 어린보리싹은 고양이 밥도 되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먹는다. 화분의 보리는 웃자라 커지면 모양이 별로다. 긴 머리카락 처럼 힘없이 쓰러진다. 화분에서는 보리쌀 수확도 어렵다. 시간이 지나면 늙은 보리가 결실도 못보고 영양분이 부족해 시들시들 죽어간다. 이때가 제일 싫다. 사람도 아마 마찬가지 일 것 같다. 보리를 보면서 나이들어 늙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 두렵다. 오늘 청보리가 초록빛으로 힘차게 자란다. 시골 출신 친구에게 급하게 전화를 했다. 청보리 사진을 보여주며 보리밭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보리밭 보기도 싫다. 타작할 때 보리침이 ...
- 어란:숭어알에 참기름을 발라 한달 이상 말린 것. 참기름을 발랐기 때문에 탄력과 방부효과까지 있어 단단한 숭어알의 맛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것을 건란(乾卵)이라 해 임금님께 진상했다고 한다. -숭어:숭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섞이는 기수(汽水)지역이나 담수 및 해안 지역에 많이 분포하는 어종이다. 치어가 담수 및 기수 지역에서 살다가 커지면 바다로 나간다. 한국의 경우 전남 무안과 목포, 영산강 하류지역에서 많이 잡히고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세계 전역의 담수지역에 분포하는데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강이 많은 국가에서 대표어종으로 꼽힌다. 담백한 맛이 일품이어서 옛날부터 횟감으로 많이 사용했다. 숭어회는 하얀 속살에 붉은색을 띄는데, 살에 탄력이 있어 쫄깃하면서도 고소하고 씹을수록 단맛이 난다. 겨울철에 먹어야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동남아시아 지역은 기름에 튀겨서 소스를 얹어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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